회사를 다니다가 다시 대학원에 들어가니 공부하는게 얼마나 재밌던지. 응당 회사에서 일하고 있어야 할 대낮에 카페가서 과제하고 공부하는게 너무 신나서 혼자 휘파람을 부르며 학교를 다녔다.
통대 괴담(호랑이 교수님, 예민한 동기들, 산더미같은 과제 등등등등등)을 여기저기서 들었던터라 마음의 준비를 하고 들어갔는데, 왠걸 생각보다 너무 순한맛이었다. 교수님들은 무섭다기 보단 날카로웠고(오해금지...크리틱이요), 동기들 역시 하나같이 모두 좋은 사람들이었다. (빌런이 없으면 본인이 빌런이라던데? ) 과제량은...음 매일매일 과제가 있었지만 어떻게 하냐에 따라 1시간도, 2시간도, 혹은 5시간도 될 수 있었기 때문에 그럭저럭 할 만 했다. (과제 퀄리티는 묻지 마시오)
무시무시한 통대 졸업시험을 다행히 한번에 통과하고 앞으로 무슨 일을 해야 고민할 즈음, 좋은 기회가 있어 회사에 입사하게 되었다. 회사를 그만두고 다시는 직장인 안 한다고 했던 거 같은데 역시 사람 일은 알 수 없다. ('다시는', '절대' 등의 단어를 입밖으로 꺼내는 순간 반드시 그 일을 하게 되는 매직)
다만 아쉬운 건, 통대를 들어가기 전 꿈꿨던 국제회의에서 부스에 들어가 헤드폰 딱 끼고 하는 그런 펜시한(?) 동시통역은 아직 한번도 해보지 못했다.
결론적으로 통대를 나왔다고 뭔가가 보장되는 건 아무것도 없었지만, 하고 싶은 건 꼭 해야 직성이 풀리는 나에겐 만족도 최상의 경험이었다. 정말 가끔 통대와 관련된 상담을 요청 받는 경우가 있다. 앞으로 AI 통번역이 발전하겠지만(사실 이미 ai가 나보다 잘함) 통번역을 즐길 자신이 있는 분이라면 통대를 추천하고 싶다. 인생은 길고 통대 2년은 짧다-